경쟁(competition)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살아나가는 것 자체가 생존을 위한 경쟁이며, 운동경기, 시장 혹은 학교 등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쟁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이란 개념을 한층 더 가다듬고 그것의 경제학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백히 해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경쟁은 시장조직의 이론에서 가장 핵심적이 ㄴ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경쟁은 시장의 구조(structure)와 관련된 특성에 기초해 파악할 수도 있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행위(conduct)에 중점을 두어 파악할 수도 있다. 사업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가들에게 경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다른 기업과 벌이는 치열한 싸움이 바로 경쟁이라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일반적으로 행위에 중점을 두고 경쟁을 파악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이론에서는 경쟁의 행위보다 시장의 구조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쟁의 개념은 경제학에 수학이 활발하게 도입되면서 그 자리가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시장의 구조와 경제주체의 행위가 전혀 다른 별개의 개념은 아니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양자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시장이 하나의 특정한 구조를 가진다면, 그 구조는 결국 경제주체의 행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는 양자를 상호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경쟁의 다른 측면을 유기적 관련하에서 보게 해 준다는 상호보완적인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이런 이상적인 경쟁의 상태까지 가지는 않아도, 기업으로 하여금 생산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게 만드는 '유효한 경쟁' (effective competition)만 존재하면 실질적으로는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이라는 하나의 이상적인 상황을 설정해 놓고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이라고 부르는 상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시장에 참여하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수가 많아 어떤 개별적인 경제추제도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없어야 한다. 즉 개별적인 경제주체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경제주체의 수가 많고 적음 그 자체가 아니라, 각 경제주체가 가격수용자(price taker)로 행동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한 시장의 공급자는 모두 동질적인 상품(homogeneous product)을 생산·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그 상품의 수요자는 그와 거래하는 상대방 공급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모든 경제적 자원은 경제의 어느 부문으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노동력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그리고 이 직장에서 저 직장으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며, 또한 어떤 새로운 기술이라도 쉽게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원들이 어느 경제주체에 의해서 독점되지 않아야 하며, 어떤 산업에 새 기업이 들어오거나 기존의 기업이 이 산업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자유로워야 한다. 즉 자유로운 진입(entry)과 이탈(exit)이 가능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제주체들이 거래와 관련된 모든 경제적, 기술적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완전한 정보의 요구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일에 대해서도 정확한 지식을 갖추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제시한 네 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 시장을 현실에서 발견하기란 매우 힘들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산업이 몇 개 안 되는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을뿐더러, 모든 생산자가 자신의 상품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농산물시장의 경우에는 상품의 질이 어느 정도 동질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동질적인 상품의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설사 처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네 번째의 완전한 정보라는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완전경쟁시장이 이렇듯 현실에서 보기 드문 시장형태이면서도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완전경쟁의 모형에서 도출된 결론이 현실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예측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이에 근접해 있는 경우는 상당히 있다. 이런 성격의 시장에서 관찰되는 여러 현상은 완전경쟁의 모형에서 나온 결론과 부합될 가능성이 높은데, 바로 이 뜻에서 완전경쟁모형이 상당한 현실예측력을 갖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한 완전경쟁시장은 하나의 이상적인 시장형태가 된다는 점에서 이론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 현실의 시장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이상적인 자원배분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이상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삼아 현실의 시장이 이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평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현실에서 그 예를 발견하기 힘들다 해도, 완전경쟁시장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한 여러 ㅈ건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모든 경제주체가 상품의 가격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조건이다. 다시 말해 가격이 하나의 매개변수(parameter)로 가능하다는 것인데, 완전경쟁모형에서 나오는 자원배분상의 특징 중 많은 부분이 이 가정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그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모든 자원의 이동이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 즉 진입과 이탈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완전경쟁이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여러 조건 중 가장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두 가지만이 충족되는 시장도 실제로는 완전경쟁에 매우 닮은 성격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시장형태를 순수경쟁(pure competition)이라고 부르는데, 순수경쟁이란 개념은 완전경쟁보다 훨씬 덜 제한적이면서도 이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어 정책입안 등에 널리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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