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경제에서 이루어지는 국가 간의 모든 경제적 거래는 그 거래와 반대방향으로 화폐의 이동을 수반한다. 이러한 화폐이동을 분석할 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환율이다.

폐쇄경제에서 오직 국내 화폐 한 가지만 이용되지만, 개방경제에서는 국내 화폐뿐만 아니라 외국 화폐도 거래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원화가, 미국에서는 달러화가 화폐로 사용된다. 따라서 미국에 물건을 수출하면 우리나라 수출업자는 달러를 얻게 된다. 이때 국내 수출업자가 달러를 우리나라에서 쓰기 위해서는 원화로 바꿔야 한다. 또한 국내 수입업자가 미국에서 재화를 수입하려면 해외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재화를 구입해야 한다. 이것은 자본거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개방경제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거래를 할 때 국내 화폐와 외국 화폐 간의 교환이 수반된다. 이렇게 국내 화폐와 외국 화폐가 교환되는 시장을 외환시장(foreign exchange market)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되는 두 나라 화폐의 교환비율을 환율(exchange rate)이라 한다. 즉, 환율이란 자국 화폐단위로 표시한 외국 화폐 1 단위의 가격을 말한다. 가령 달러화에 대한 원화 비율이 1,000(원/달러)이라고 하면, 이것은 1,000원을 주면 1달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원화로 표시한 1달러의 가격을 뜻한다.
그렇다면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상스앟면, 자국 화폐 1원의 가치는 1/1,000달러에서 1/1,100달러로 하락(depreciation)한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자국 화폐의 가치는 상승(appreciation)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외환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환율은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 상황을 반영하여 결정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시장개입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각국 정부는 환율결정에 어느 정도 개입할지를 나름대로 제도화하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 여부에 따라 환율제도(exchange rate system)는 크게 고정환율제도와 변동환율제도로 구분된다. 여기서는 먼저 환율과 관련된 제도적 측면과 함께 외환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한 환율결정원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고정환율제도(fixed 또는 pegged exchange rate system)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특정 단일통화나 복수통화에 대한 일정 수준으로 고정시키는 제도이다. 역사적 이러한 고정환율제도는 1970년대 초까지 오랫동안 세계 각국이 채택한 환율제도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187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확립된 금본위제도(gold standard system)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 IMF)에 의해 운영된 브레튼우체제(Bretton Woods System)이다. 금본위제도에서 각국 통화의 상대적 가치, 즉 환율은 금을 통하여 고정되었다. 브레튼우즈체제에서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정하고 달러화의 가치는 금과의 일정한 교환비율로 고정시키는 한편,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달러화와 일정한 교환비율을 유지함으로써 환율을 고정시켰다.
한 나라가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면 고정된 환율수준은 그 나라의 국제수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때 고정환율수준은 정부 혹은 국제 간 합의해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렇게 결정된 환율이 민간부문의 외환에 대한 수급을 균형시키는 환율과 일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정부 간 합의에 의해 결정된 환율에서 국제수지 흑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가령 고정환율에서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외환시장에서는 외환의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외국의 재화나 자산을 구입하기 위한 외화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전에 결정된 고정환율을 유지하려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외환부족액만큼을 공급해야만 한다. 즉,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외환에 대한 초과수요를 해소시켜 사전에 결정된 환율 수준에서 외환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변하면 과거에 정해 놓은 고정환율수준에서 민간부문의 외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지속적으로 괴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언제까지나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고정환율을 유지할 수 없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foreign exchange reserve)이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하여 브레튼우즈체제의 고정환율제도는,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지속적인 국제수지 불균형이 나타나는 나라에 대해서는 고정환율수준을 예외적으로 변동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고정환율제도에서 한 나라가 고정환율수준을 인상시키는 것, 즉 자국 통화의 가치를 외국 통화의 가치에 비해 하락시키는 것을 평가절하(devaluation)라고 한다. 반대로 한 나라가 고정환율수준을 인하시키는 것, 즉 자국 통화의 가치를 외국 통화의 가치에 비해 상승시키는 것을 평가절상(upvaluation)이라 한다.
한편 고정환율제도에서는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국내통화량의 변동이 유발된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서 외환을 팔고 국내통화를 사면, 국내통화가 중앙은행으로 환수되어 통화량이 감소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외환을 사들이면 국내통화가 방출되어 통화량이 증가한다. 이와 같은 고정환율제도에서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대가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독자적으로 통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중앙은행은 고정환율 유지의 부산물인 통화량 변동을 상쇄하기 위하여, 외환매매와 반대방향으로 보유 유가증권(예를 들어 국공채)을 사고파는 공개시장조작을 할 수 있다. 이를 불태화 또는 중화정책(sterilization policy)이라 한다.
그런데 고정환율제도에서 국제수지의 적자나 흑자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외환을 사거나 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통화량의 변화는, 그 자체가 국제수지 적자나 흑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고정환율제도에서는 평가절하와 같은 환율 변화 없이도 국제수지가 조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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