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여러 생산요소를 결합해 상품을 생산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은 생산활동의 전문화를 추구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만약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생산활동은 개인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자급자족적인 원시경제라면 개인들이 생산할 오늘날의 복잡한 경제에서 개인들이 모든 생산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결국 이것이 존재함으로 인해 생산활동이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이 생산활동의 주체가 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 될 수 있는 주요한 이유로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로, 기업이 생산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팀에 대한 생산'에서 나오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팀에 의한 생산이 갖는 이점이란, 사람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생산활동을 함으로써 생산의 효율이 현저히 향상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현대의 생산기술에는 팀에 의한 생산이 한층 더 유리해질 수 있는 측면들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둘째로는 기업에 의한 생산을 통해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독립된 개인들이 생산과정에서 협조하기로 계약을 맺는 방식에는 막대한 거래비용이 뒤따른다. 적절한 사람들을 찾아내, 이들과 거래조건에 대해 합의를 본 다음 계약을 맺고,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기업에 의한 생산은 이런 거래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경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 의한 생산은 개인에 의한 생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만 갖고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데, 기업의 경우에는 그 구성원들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감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다. 어느 누구든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일할 때는 별로 열성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기업 내부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당한 감독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점에서 보면 개인에 의한 생산이 기업에 의한 생산보다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 감독비용은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기업 조직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이 자동차를 생산한다면 필요한 모든 중간투입물을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업이 자동차의 생산을 담당할 경우에는 시장거래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조직 안에서 중간투입물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기업에 의한 생산은 외부적 시장거래를 내부적 통제로 대체하는 과정을 통해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코우즈(R. Coase)는 이 점을 중시하여, 기업은 생산활동과 관련된 시장거래를 대체하는 수단이 된다는데 그 본질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과 관련된 모든 시장거래를 내부적 통제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인가? 예컨대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나사를 돌리는 데 쓰는 드라이버까지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말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 '아니요'가 된다. 어떤 일은 기업 안의 내부적 통제를 통해 수행하는 것보다 시장거래를 통해 수행하는 것이 명백히 더 경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장교환보다 내부적 통제에 의해 수행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들만을 자신의 활동영역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와 같은 점에 대한 고려가 기업의 크기와 활동범위를 결정하는 핵심적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말해, 시장에 의존할 때 드는 거래비용이 매우 클 때는 내부적 통제에 의해 그 일을 수행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다음에 설명할 몇 가지 특수한 상황에서는 시장거래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내부적 통제에 의존하는 것이 명백하게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로 들 수 있는 것은, 특정한 용도로만 쓸모가 있고 다른 용도로는 거의 쓸모가 없는 상품이 개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어떤 가전회사에서 만드는 냉장고에만 사용되는 모터가 있는데, 모터를 직접 만들지 않고 다른 회사가 만든 것을 구입하고 있다고 하자. 냉장고가 한창 잘 팔리고 있는데 모터를 만드는 회사가 갑자기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해 올 수 있다. 또한 냉장고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구실로 가전회사가 모터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양측이 모두 상황을 틈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회주의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이렇게 기회주의적 행태가 나타나기 쉬운 상황에서 이들이 적절한 거래조건에 합의하고 실제로 합의내용을 이행하도록 만드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따라서 그 가전회사는 모터를 조달하는 문제를 내부적 통제, 즉 스스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는 시장의 여건이 안정되어 있지 못하고 매우 유동적일 때도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 여러 가지 돌발적인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계약을 맺을 때 모든 가능한 결과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를 해놓는 것이 무척 힘들어진다.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일이 막상 일어나면 한쪽이 계약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이득을 보려 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시장거래에 많은 비용이 뒤따르게 되므로, 기업 안의 내부적 통제에 의한 해결책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게 된다.
방금 본 것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외부적 시장거래와 내부적 통제 사이에서의 선택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예외적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선택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므로 기업이 어떤 일까지 자신의 활동범위 안에 포함시켜야 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