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란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닷새 만에 한 번씩 서는 시골 장터로부터 남대문시장, 모란시장, 주식시장, 농산물시장, 대학졸업자의 인력시장까지 각양각색의 시장을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그 크기나 성격이 각각 다른 것들은 모두 묶어 시장(market)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공통점이란, 상품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 사이의 교환이 바로 그것들의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라는 표현이 그와 같은 교환이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장소를 가리키는 말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장소가 아니더라도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 사이에 접촉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하면 이를 가리켜 시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한층 더 추상화시켜 말한다면, 상품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과 팔려고 하는 사람들 모임 그 자체를 시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므로 시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해 보겠다.
시장 : 어떤 상품을 사고팔기 위해 서로 접촉하는 개인들과 기업들의 모임을 시장이라고 부른다.
어떤 상품을 사려는 의지와 팔려는 의지는 각각 상반된 힘으로 시장에 표출된다. 가격은 이 두 상반된 힘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며, 혹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가격이 일단 결정되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려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경우다. 줄다리기를 예를 들어 사고자 하는 힘을 왼쪽으로 끄는 힘에, 그리고 팔고자 하는 힘을 오른쪽으로 끄는 힘을 비유해 보기로 하자. 이 두 힘이 똑같이 맞아떨어진다면 줄의 중심은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처럼 두 힘이 군형을 이루었을 때 형성되는 가격을 균형가격(equilibrium price)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격이라고 부르는 것이 실제로는 대부분 균형가격을 뜻한다.
어떤 국민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자원배분, 분배, 그리고 경제의 안정과 성장으로 정리해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제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극단적인 방법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하나는 모든 것을 시장의 힘에 내맡겨 오직 시장을 통해 표출되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의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데, 이는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체제에서의 문제해결 방식이다.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팔고자 하는 사람이 서로 만나 거래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상품의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떤 방법에 의해 생산할 것인지가 결정되며, 누구에게 얼마만큼씩 돌아갈 것인지도 동시에 결정된다. 그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안정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본 경제의 상태도 함께 결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의 역할을 통틀어 시장기능이라고 부르는데, 가격(price)은 시장기능이 발휘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시장이란 인격을 갖고 있지 않은 존재다. 또한 시장이 하나의 통합된 조직을 갖고 있어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시장이 발휘되려면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경제주체들의 움직임을 조정해 줄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 시장에서 이 매개체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가격이며, 이런 이유로 해서 시장기구란 말은 때때로 가격기구(price mechanism)라는 말로 바뀌어 사용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가격이 수행하는 주요한 역할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가격은 경제 안에 존재하는 상품을 배급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우리는 이를 가격의 배급기능(rationing function)이라고 부른다. 만약 아무 가격도 지불하지 않고 어떤 상품을 얻을 수 있으면 사람들은 이를 무한정 많이 소비하려 들 것이다. 가격은 가장 높은 가치로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배급함으로써 희소한 상품을 과도하게 소비하려는 욕구를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둘째로 가격은 생산자원이 경제의 여러 부문들 사이로 배분되어 가는 과정에서 신호(signal)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가격의 배분기능(allocative function)이라고 부르는데,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바로 이 기능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떤 상품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 크면 가격이 오르고 그 상품의 생산자는 평균 수준 이상의 이윤을 얻게 된다. 이것은 그 상품이 귀해졌으니 더 많은 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작용하고, 이에 따라 더욱 많은 생산자원이 그 산업으로 투입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반면에 수요가 너무 작을 경우에는 가격이 내리고 손실이 발생해 생산자원이 다른 산업으로 빠져나가게 만든다. 바로 이런 것들이 가격이 수행하는 배분기능의 좋은 예가 된다.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시장기구에 내맡기는 경제체제를 이 세상 어디에서 찾을 수 있냐고 물을지 모른다. 완전한 의미에서의 통제경제라 할 수 있는 사회주의경제체제를 현실에서 발견하기 힘든 것처럼, 시장기구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순수한 자본주의경제체제 혹은 시장경제체제 역시 현실에서 그 예를 찾기 무척 어렵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자본주의체제를 표방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시장기구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상당한 정도로 행해지고 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나라가 시장경제의 기본골격 위에 통제경제의 성격도 약간 가미된 혼합경제(mixed economy) 체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매개로 한 시장기능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스미스가 지적했듯,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오직 사사로운 이익(self-interest)만을 염두에 두고 경제활동을 한다. 그렇지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 사리추구 행위를 공익과 부합되는 방향으로 인도해 가는 역할을 한다. 즉 시장기구의 조정에 의해 각 경제주체의 개별적 행동이 하나의 조화로운 상태로 수렴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말이다. 이 조화로운 상태라는 것은 결국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 상태를 뜻한다. 나아가 시장기구는 소비자주권(consumer sovereignty)을 보장해 주고 우리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도로 확장해 주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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